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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보고와 유통
작성일 2025.10.22

장보고와 유통


매경 춘추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배를 띄우는 자가 세상을 잇는다." 신라 장보고가 청해진을 세워 바다를 건너던 정신이다. 그의 바다는 단순한 무역로가 아니라, 사람과 문명을 연결하는 거대한 유통의 길이었다. 1000년 전 신라가 해상 실크로드를 통해 향료와 유리, 철과 직물을 교류하던 개방의 정신은 오늘날 유통산업이 지향하는 연결과 혁신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120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다시 그 바다 위에 서 있다. 이제 상선을 대신하는 것은 인공지능(AI), 항로를 그리는 것은 데이터다. 그러나 그 항해는 순탄치 않다.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불안, 기후위기, ESG(환경·책임·투명경영) 전환 등 세계 경제의 격변이 유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유통은 더 이상 단순한 판매의 종착지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끄는 전략적 무대로 변모하고 있다.

이달 28일 이러한 변화를 논의하기 위해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열린다. 아시아·태평양 21개국의 기업인과 정부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무역과 기술, 산업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다.

그중에서도 주목받는 프로그램이 바로 '유통 퓨처테크포럼'이다. '글로벌 유통산업의 혁신 및 미래 비전'을 주제로 국내외 300여 명의 전문가와 기업이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징둥닷컴, 일본의 유니클로·AEON, 한국의 롯데·쿠팡 등 세계 대표 유통기업의 혁신 사례를 공유하고 AI 전환, 공급망 재편, ESG 실천 등에서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함께 모색한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발표될 '경주선언(Gyeongju Declaration)'은 혁신 모델을 공유하는 개방형 협력(Business), ESG 실천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Beyond), 글로벌 표준과 공급망 협력 강화(Bridge)라는 세 가지 약속을 담고 있어 APEC 21개국이 함께 약속하는 새로운 유통산업 협력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전 세계 유통시장 규모는 약 30조달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한다. 약 2억5000만명이 이 산업에서 일하며, APEC 지역에서는 가계 소비의 절반이 유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유통은 단순한 소비의 끝이 아니라 생산·물류·기술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성장축이자 각국 경제를 잇는 실질적 협력의 통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물류, 친환경 유통, 맞춤형 소비 플랫폼 등 유통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산업 혁신의 테스트베드이자 일자리의 보고로 진화하고 있다.

유통은 언제나 문명의 최전선에 있었다. 과거에는 비단과 도자기가, 지금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오간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신뢰의 거래다.

1000년 전 장보고가 바다 위에서 문명을 잇던 것처럼, 오늘의 한국 유통기업들도 그 정신을 이어 가야 한다.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말고 아시아와 중동, 유럽으로 향하는 'K리테일의 실크로드'를 개척해야 한다. 장보고의 정신으로 한국 유통이 다시 한번 세계의 문을 열고 경주의 바다에서, 유통의 미래를 열어 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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