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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택리지의 반전
작성일 2019.08.28


택리지의 반전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8월 28일자


이제 가을이다. 귀뚜라미가 울기 시작한다는 처서를 지나니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등산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즐거움의 계절이다. 머지않아 산들은 울긋불긋하게 단풍으로 물들 것이다. 단풍이 저마다 색깔을 쏟아내며 설악산에서부터 남쪽으로 점차 번지면 곱게 차려입은 산들은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어느 산으로 갈 것인가.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산이 있다.

산은 예로부터 물과 더불어 살기 좋은 땅을 결정한다. 산들을 이어가는 것이 산맥이다. 한반도에 내리는 빗방울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따라 물길이 결정된다. 동쪽으로 떨어지면 동해로 바로 흘러가든지 아니면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또 서쪽으로 떨어지면 한강, 금강을 통해 서해로 흘러가든지 일부는 섬진강을 통해 남해로 흘러가기도 한다. 산들과 강, 냇물들이 어우러져 우리가 사는 도시와 마을을 이룬다.

예나 지금이나 살기 좋은 곳을 찾으려는 노력이 많았다. 300년 전 이중환이 쓴 '택리지'는 산과 물 그리고 들과 사람들의 이동 등을 감안해 좋은 지역을 찾는 이야기다. 그는 24세에 급제하고 관직에 진출해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30대에 당파 싸움에 얽힌 그는 여러 번 유배당하고 말년까지 생계를 잇기 힘들 만큼 어렵게 살았다. 그래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인지 30여 년간 전국을 유람하면서 현지답사를 한 결과를 기록했다.

그는 살기 좋은 곳이 갖춰야 할 4가지 조건을 들었다. 첫째는 지리(地理)다. 산과 물 그리고 들의 형세가 좋아야 한다며 사방의 산이 높아 해가 늦게 뜨고 일찍 지는 지역을 피하라고 했다. 둘째는 생리(生利)다. 교통과 물류가 원활해서 경제활동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며 가난한 자의 청빈보다는 곳간을 채운 예의를 우선시했다. 셋째는 인심(人心)이다. 지역의 인심과 풍속이 중요하다며 당색을 중시하는 사대부가 많은 지역은 피하라고 했다. 마지막은 산수(山水)다. 경치가 좋은 산이나 강이 인근에 있으면 더욱더 좋다. 하지만 요즘 인기 있는 '자연인'처럼 너무 외진 곳에 사는 것은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이유로 좋지 않다고 했다.

이중환은 모든 조건을 갖춘 곳을 찾았을까? 사실 택리지에는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조선 팔도를 다 둘러본 그는 뜻밖에도 '살 만한 땅이 없음을 한스럽게 여긴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책에 본인의 의도를 숨겨놓는다. 치우치고 사사로운 당파의 견해를 뿌리 뽑아야만 자기 자신을 바로 세울 수 있고, 자기 자신을 제대로 세워야 비로소 살 땅이 보인다고 말이다. 18세기 조선은 당쟁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으며 그는 당파 싸움의 피해자였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 300년 전보다 살 만한 땅들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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