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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업상속, 산넘어 산
작성일 2019.07.02


기업상속, 산넘어 산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매일경제신문, 7월 2일자


산 넘어 산, 한국에서 가업상속을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어렵사리 키워낸 제조업을 자식들이 선뜻 받지도 않을뿐더러 설령 대를 잇는다 해도 넘겨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는 "한국은 기업 오너가 상속하는 것보다는 사모펀드에 회사를 파는 것이 이득인 나라"라고 할 정도다.

우리나라 가업상속제도는 정말 까다롭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선 일본의 55% 다음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할증까지 고려하면, 상속세율은 최대 65%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속세를 줄이려면 가업상속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다만,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상속 후 10년간 자산은 80%, 고용과 지분은 100%를 유지해야 한다. 10년간 다른 업종으로 전환도 불가능하다. 만약 면직물 제조 기업이 상속세를 감면받으려면 면직물을 활용해 커튼을 만들 순 없다. 업종이 다르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기간도 문제다. 중소기업의 평균수명이 12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상속세 감면을 받으려면 회사가 곧 망해도 자산처분이나 해고를 할 수 없다.

경쟁국들은 가업상속을 어떻게 바라볼까. 경쟁국들에서 상속을 부의 대물림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쟁국들은 '가업(家業)상속' 대신 '기업(企業)상속'이라는 큰 틀에서 상속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경영자의 원활한 세대교체를 통해 산업과 경제의 활력을 살리고,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일본의 경우 우리와 같이 높은 상속세를 유지하지만 제도 운영은 아주 유연하다. 할증세율을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사후관리기간도 우리의 절반인 5년에 불과하다. 독일은 업종유지 의무가 없고, 5년간 근로자 수 대신 임금 총액으로 80%를 유지하면 된다. 스웨덴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한때 기업들이 세금 부담이 커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던 스웨덴도 상속세만큼은 2005년에 폐지해버렸다. 노르웨이도 5년 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OECD 35개국 중에서 상속세를 폐지했거나 도입조차 안 한 나라가 전체의 약 3분의 1인 13개국이나 된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상속세를 완화하기 어려우면 일본처럼 요건을 대폭 완화하든지 아니면 아예 스웨덴처럼 상속세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관리기간 5년으로 축소, 업종제한 철폐, 자산과 고용의무 완화, 할증률 개편 등 요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여야 모두 관련 법안들을 발의해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가 당정협의를 통해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줄이는 등 대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획기적인 개편안이 나오길 바라던 경제계로서는 정부의 대승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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